posted by ok99 2022. 11. 5. 07:43

외부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입자는 아무런 해가 없는 무생물 상태에 불과하지만 무해한 입자가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잠들어 있던 유전자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깨어난 바이러스 유전자는 숙주 세포를 제압하고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바이러스 입자의 생산 공장이 된 숙주 세포가 바로 살아 있는 형태의 바이러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이러스 생산 세포가 생기면 그때부터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감염은 세포 수준의 정의이기 때문에 체내에 바이러스 입자가 존재한다고 감염된 것은 아닙니다. 숙주 세포로 들어가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해야 비로소 감염된 것입니다. 두 명이 바이러스에 같이 노출되어도 누구는 감염되고 누구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바이러스 입자의 존재와 감염 사이에 있는 큰 간극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품은 감염 세포는 면역으로 제거되거나 소진되어 죽을 때까지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 입자는 주변으로 흩어져 새로운 숙주 세포를 찾아 감염시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 생산 공장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 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가 인체의 외부로 바이러스 입자가 새어나가면 바이러스 배출이 시작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배출되는 바이러스 입자 수는 최초 감염을 일으킨 입자 수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늘어납니다. 말 그대로 바이러스 입자가 ‘증폭’되는 것입니다. 이 배출을 기점으로 감염자는 전파자가 됩니다.

다행인 점은 바이러스 입자는 무생물이라 한번 구조가 망가지면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외부로 배출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염 능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기 위해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이때가 바이러스 생활사에서 최대의 약점이자 방역이 집중되는 지점입니다.

바이러스는 몇 가지 유전자만으로 숙주 세포의 환경을 통제하고 증식하기 때문에, 아무 세포나 감염시키지 못합니다. 각 바이러스는 입자를 증폭하는 데 최적의 궁합을 가진 숙주세포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궁합이 맞는 숙주 세포에 도달하기 위해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배출될 때도 외부 환경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경로라 하는데 호흡기, 위장관, 비뇨생식기, 눈 등이 통로가 됩니다. 간단히 말해 외부로 뚫려있는 구멍들은 모두 경로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와 최초 감염이 일어나는 감염 경로, 증폭된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가 있습니다.

호흡기바이러스는 호흡기에서 배출하는 비말(에어로졸)이 주요한 감염 경로입니다.

바이러스가 피부를 통과하는 방법은 상처가 나거나 모기가 피부를 직접 뚫는 경우밖에 없습니다.

각 바이러스는 고유의 감염경로와 배출경로를 가지는데 대부분 위장관 또는 호흡기입니다.  바이러스 입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물이나 공기에 섞여서 들어옵니다. 바이러스 분류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 감염 경로를 기준으로 하면 임상 증상과 전파 양상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습니다. 바로 위장관 바이러스와 호흡기 바이러스가 경로에 따른 분류입니다. 대표적으로 노로, 로타, 간염 등이 위장관 바이러스이고, 독감과 코로나 등이 호흡기 바이러스입니다.

최초 감염 이후 감염세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를 감지한 면역 때문에 임상 증상이 발생합니다. 위장 바이러스에 의해 설사나 배탈,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콧물이나 기침 등의 초기 증상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면역 개입 이후 진행 경과는 면역과 바이러스의 상호 작용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초기 증상으로 종료되지만, 어떤 사람은 감염이 계속 진행됩니다. 그리고 초기 감염 지역을 벗어나 전신으로 감염이 확산되면 위중한 증상을 발생시키는 진행 경과를 거치게 됩니다.

이런 개인별 진행 경과와 별개로 감염이 진행되면서 바이러스가 외부로 배출되기 시작합니다. 음식이나 물에 오염되어 들어왔던 위장 바이러스는 위장 내벽 세포에서 증식하여 배설물에 섞여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배설물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가 음식이나 물에 오염되어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감염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이 외부 경로를 분변-구강 경로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재감염시켜야 살아남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반면 호흡기 바이러스는 비말을 통해 들어오고 비말을 통해 나갑니다. 즉 감염경로와 배출경로가 일치하여 감염 초기부터 주변에 빠르게 전파가 가능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인체 침투 과정